160205_김애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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즘 저는 하얗게 된 얼굴로 새벽부터 밤까지 학원가를 오가는 아이들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해요.

너는 자라 내가 되겠지.....겨우 내가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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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나 만나서 불행했니?

/그런 거 아니었어.

힘든 건 불행이 아니라, 행복을 기다리는 게 지겨운 거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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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오래 여행 가방 옆에 있자니 어쩐지 우리가 떠나온 사람 떠나갈 사람이 아니라

멀리 쫓겨난 삶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꽤 오래전부터 그렇게 커다란 가방을 이고 다녔던 것

같은 기분도.




그동안 나는 뭐가 변했을가. 그저 좀 씀씀이가 커지고, 사람을 믿지 못하고, 물건 보는 눈만 높아진,

시시한 어른이 돼버린 건 아닌가 불안하기도 하고요.

이십대에는 내가 뭘 하든 그게 다 과정인 것 같았는데, 이제는 모든 게 결과일 따름인 듯해

초조하네요.




...비행운

飛行雲, 非幸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