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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순간마다  꽤나 무겁다 느끼는 나날이다.
지문이 물체에 닿는 매 순간을 'scene'으로 크로키 업 하는 느낌.
매일 버려지는 단상에 제목을 짓는 느낌.

그렇게 시간에 추를 달아 모든 순간에 나를 재다 보면
왠지 난, '지문 같은 인간' 이 아닐까 싶다.
굳이 정의하자면... '잔여인'에 가까운 그런, 인간.

내 오늘은 참으로 무겁고
그것을 들어내기 위해 내가 길렀던 힘은 참으로 부질없고 약하다.
그저 노력했다는 지문을 남기는 것이 다인, 그런 인간이지 않나.

결국 나는
짙은 색으로 흐릿하게 뿌려지는 발자국을 끼적대어지는 시간 속에서
나 혼자 붙들고 있는 별 것 아닌 흔적에 매달리러 간다.

어차피, 그에 어릿하게 비춘 그림자가 진실이던 아니던 간에
그저 내 발 끝에 일렁임을 확인하는 것 만으로 충분할테니까

철썩이는 밤바다는 그림자가 빛을 가질 수 있도록 또 다른 그림자 역할을 한다.
잔여인이지만 잔여하지 않은
그런, 내 오늘의 그림자에 시선을 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