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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것과 살아 있지 않은 것의 차이 중 가장 뚜렷한 것은

살아 있는 것들은 대개 쓸모없는 것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공지영


이물 없는 삶에 대한 강박이 꼭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지만 

남과 스스로, 모두 같게-완벽히, 단정히- 보여야 한다는 이유만으로 

살면서 겪고 저지르는 모든 사건들에 대하여 

잔여, 잉여 혹은 결론 없이 중간에 멈춰버린 과정들, 

작은 실수, 크고 거칠게 부숴지는 실패, 

일과 사람이 서로 주고 받는 크고 작은 오판이나 상처까지 모두 부정하거나 

시간이 내 삶에 적어가는 기록에서 그들을 전부 지워버리는 것은 

어찌 보면 자기 자신을 향한 가장 큰 기만이자 

그래도 살아가는 오늘에게 저지르는 제일 큰 횡포일지 모른다. 

먼지도 자신이 움직이거나 흔들리지 않고 굳건히 존재하기에 쌓이는 것

결국 그 모든 오류는 존재에 대한 불확신의 반증이 아닐까 


오류투성이, 먼짓덩어리, 미완성체

모두가 내 것이다.

어설프게 너덜대는 삶의 실밥을 끊어내기 전 

이것이 어찌 보면 자신 만이 가질 수 있는 예쁜 무늬,

손때 묻어 적당히 바래서 더 가치있는 것일 수도 있다고 재고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