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 반, 쌍용동




수원 거주 시절에

난 그 희미하게 밴 인분 냄새가 참 좋았다. 

5월이 지나가는 이맘때쯤이면 무조건 나던 그 비룟내 

꿉한 새벽공기에 살짝 밴 그 인분내가 아주 정겹고 좋아서

얼큰하게 술 한잔 걸친 날이면 집에 들어가지 않고 문 앞 복도에서 고개를 쭉 빼고 한참을 킁킁대었다. 


쓰읍- 마시고

천천히 뱉고

또 쓰으으으읍 마시는 것을 여러번 반복하고 나서야

아쉬운 입맛을 몇 번 다신 후 집에 들어갔었다.


어렸을 땐 그것이 어린 나이 호기인 줄만 알았다.

나중에 가면 이 냄새를 맡으면서도 별 느낌이 없겠지 그건 참 슬프겠다고

시간 지난 내 마음을 제 멋대로 재단하며 그 당시에 맡았던 새벽내에 

사춘기라 이름한 마약을 섞어 얼큰하게 취해있었다. 


서른하나, 수원을 떠나 천안에 사는 지금

난 여전시 새벽내에 취해있다. 

희미한 인분내가 절어있지는 않지만 

새벽 두세시 남짓, 이제 막 근육을 뻗치는 이파리에 알알히 생이 토해내는 땀들이 맺힐 무렵 

그들이 있는 힘껏 가진 근육을 저리게 흔드는 생내, 숨내

그 냄새를 맡으면 마치 이것이 아편이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건너편 동 사람이 보면 자살시도라고 의심할 정도로 고개를 복도 밖으로 쭈욱 빼서 

지나가는 바람에 얼굴을 부딛혀 깨지는 냄새를 코 끝으로 최대한 들이키고

그것을 또 온 위장 구석구석에 잘 쟁여두었다가 껍데기뿐인 이산화탄소를 내뱉는 행위 


마치 아편을 마시듯이 

복도에 몸을 걸어 온 신경을 코, 폐, 귀에 집중하는 그 시간을 

절대로 놓치고 싶지 않아 기회만 되면 나는 복도에 나가 

갈망에 절인 몸을 걸어놓고 있는대로 목을 쭉 빼서 

지나가는 바람에 얼굴을 부딛혀 취기 가득한 냄새를 깨부숴 양껏 들이키기를 반복한다.

뒷통수가 저릿하고 온 몸이 빠짓 하는게 온갖 아는 희열에 뒤엉켜 다리에 힘이 풀릴 지경이다. 


이제 겨우 이 공간을 내 안에 들이었다.

그리고 곧 이 아찔하게 달큰한 냄새를 몸에서 있는대로 빼내야 한다.


새벽 두시, 쌍용동 

벌써부터 금단증상이 생기려 한다.

 

항상 난 한 발짝 늦다.

하지만 놓치진 않는다.


기억하겠다

시간과 공간이 질척히 뒤섞여 질러대는 

내 서른하나가 탐닉한 시간의 냄새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