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네시
나의 빈을, 프라하를 향해 가는 햇빛을 함께 좇으며
눈 앞에 반짝이는 그의 그림자를 보고 있다
반짝이는 그는 식어가는 땅을 한번 훑어낸 뒤
떠나는 자의 작은 슬픔을 담아 나에게 한 움큼 쥐어주었다
흩어진다
언제 그랬냐는 듯 신기루처럼, 아지랑이처럼 빠져나가는 너의 빛, 빛
모든 것이 사랑스럽다
쿡, 쿡 찌르는 아픈 마음만큼 아름다운 끝자락을
깊은 새벽, 물안개의 요염한 꼬리보다 간지러운 하이얀 냄새도
그래
가을의 눈꽃을 뿌리고 있구나
따뜻한 시작과 알싸한 끝을 가진 너의 눈꽃이
내 앞에 눈 부시게 내리고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