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먹지 않은 맨정신인데도 뒷골이 뎅- 한 것이
실컷 토악질 한 다음에 느끼는 그것과 비슷하다.
속도 울렁울렁, 이건 술을 눈으로 먹었는지..
방금 전 두번째 공모전에 출품했다.
몇 주를 막연하게 고민하고 썼다, 지웠다 하다가
설익었는지 너무 익었는지 찔러보지도 않은 소재를
약 빤것 마냥 휘갈겨서 탈고를 어찌저찌 했는지도 잘 모르게 보냈다.
지금보다 훨씬 설 익었던 것도 보냈다. 어떻게든 되겠지..
뭐 상은 가당치도 않고, 심사위원 평에서 내 작품에 대해 한 줄 거론되면
중간평가로써는 나쁘지 않겠다 싶은 바램은 가지고 있다.
이 바램이 작은지, 큰지도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일단은 그렇다.
술은 어제 먹었는데 취기는 오늘 올라오네
토한게 욕심인지, 작품인지, 자기부정인지 모르겠다.
내가 봐도 나는 뭔가 꾸물꾸물 하는 것 같긴 한데,
당췌 그게 뭔지 얼만큼 하는건지 눈에 보여야 말이지..
운동이나 다이어트마냥 꾸준히 하다 보면 보인다는데
누군가는 장 담그듯이 십년을 하기도 한다니까 나도 그럴까봐 겁이 덜컥 난다.
눈 앞에 안 보이는 채로 십년이라, 하.. 무슨 도 닦는 것도 아니고
그냥 나 하고싶은 일 하고 작고 소박하게 살겠다는데 그 결과를 무슨 십년이나 기다려야 하는건가
한 분기만 지나면 시작한지 꼭 일년이다.
누군가는 삼년, 오년, 십년도 한대고
방 문 걸어 잠그고 틀어 앉아 한 달만에 쓰고 바로 붙었다는 아무개도 있다.
난 어느 쪽일거냐..
늦게 시작해서 머리는 잔뜩 굳었는데, 뭣도 모른 채로 욕심만 많으니
이 욕심이 의욕이다, 열정이다 하고 착각하는 상태가 최대한 오래 갔으면 싶다.
그래야 노력하는 동안 덜 지칠 것 같으니까.
으아아아아.. 한 학기가 정말 끝나가는구나-
짧아진 연필의 흑연이 내 머릿속에 담겼는지 쓰레기통에 담겼는지
어떤 형태로든 눈에 보여서 알 수 있었으면 좋겠다.
6월 보름,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