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여행, 세번째 후기)

 

기억은 혀를, 혀는 추억을 지배한다.

 

내 기억 속 부산의 공기와 맛은 조금 더 달고, 짜고, 시고, 매웠더랬다.

다양하고, 밝고, 나에게 없는 활기찬-그런 사람냄새가 있는 곳이라

아무 연고도 없고 계기도 없으면서 그 먼 거리를 일년 내내 가겠다고 바라보며 목 놓아 울었다.

휴가가 생기면, 시간이 나면, 그러면, 면, 면

꼭 가리라

갔다 오면, 다음에 또 가리라, 하며.

 

이런 저런 스스로의 핑계를 모두 제치고

겨우 나와 타협하여 무거운 엉덩이를 들고 일어나 부산에 가게 된 날은

구역스럽게 싫은 일들을 감수하고서라도 간만에 기분이 두근두근 했다.

혼자 내려가면서 콧노래를 다 불렀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러면 안 되는 거였는데. 정말 그러면 안 됐는데.

 

아침부터 비가 내릴 때

데려다준다던 SJ의 차 배터리가 방전이 되었을 때

순방향인 줄 알았던 기차의 자리가 역방향이어서 두시간 남짓 거꾸로 가야할 때

내가 예약한 숙소의 모습과 실제 받은 모습이 달랐을 때

 

그 때, 그냥 다 말았어야 했던건데.

 

밝고 조금은 이색적이라 즐거웠던 부산 사람들의 이미지는

몇몇 거친 이들의 행동과 발언으로 점점 기억속에서 무너지기 시작했다.

 

맛있는 음식, 찐득한 바다냄새, 그렇게 그리웠던 파도소리

 

모든 것을 잔뜩 누리고 올라왔지만

마음은 예전과 같지 않았다.

오히려 다신 가지 않으리라는 다짐만 단단해졌다.

 

기억속의 부산은 어느정도는 허물어졌다.

마지막 식당에서 똑같은 음식을 세번째 먹으면서, 이게 아닌데.. 라고 생각했다.

 

혀가, 지배했던 기억이 더이상 내 것이 아닌 탓이다.

깨져버린 추억은 맛도 공간도 모두 함께 부숴버렸다.

 

사람은 착각 속에 산다.

내가 살고 있었던 착각 안에서는 많은 것을 미화할 수 있었다.

미화된 모든 것들이 나를 지배하여, 그 곳에 가게 만들었고

지배된 나는 미화된 것들을 찾으니 그것은 그 곳에 없었다.

 

내가 살던 곳은 깨어졌고, '추억'이란 것에 일정시간 지배되었던 나는 갈 곳이 없어 한동안 헤매였다.

 

내가 가진 것들은 서로를 지배해서 서로를 왜곡시킨다.

어떤 것이 왜곡되지 않았을까, 난 깨어지지 않은 다른 것을 찾아 지배당해야 한다.

사람은 자신을 착각하게 만들어 착각 속에서 지배당하며 사는 동물이니까.

 

씁쓸하다.

난 세번째 부산 여행을 했다.

그리고, 부산이란 추억과 미화된 세계를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