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리얼 직장인 이야기.
회사원에게 회식은 정말 대학교축제에 현숙아줌마처럼 우울한 자리가 대부분이예요.
특히나 간부급들과 임원급들이 끼면 이게 회식인지 재롱잔치인지 구분이 안갈때가 있어요.
저저저저저번에 신입사원환영회 팀회식이 있어요.
선배들과 대리들은 너희들이 어떠한 재롱을 준비하느냐에 따라서 나까지 재롱타임이 안올수있고
올수도있으니 회사생활에 웃음이 함께하고 싶다면 연기학원속성반을 끊어서라도 준비해오라는 으
름장을 내놓았어요. 시뱅 내가 대학4년동안 고작 재롱이나 부릴라고 학교를 다녔나하는 생각이 2초간 흘렀지만 이내 단념했어요. 회사에서는 까라면 까는거예요.
예전에 밴드활동도 했고 원래 가요를 안좋아하는지라 요즘 트렌드를 모르기에 과외생들 3명을 모아 놓고 탕수육을 입에다 넣어주면서 2NE1, 카라가 대세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어요.
회식날이 다가왔어요. 과장님은 저에게 회식장소 섭외의 엄명을 내리셨어요.
그런데 메뉴를 삼겹살로 한정한거예요.
제길...................한우한우한우 좀 먹자고 하고 싶지만 어차피 내가 돈내는거 아닌데 발언해
봤자 내 입에 한우의 꼬리뼈가 틀어막힐거같아서 말았어요.
장소를 섭외하러 가니 앞에 고기짓 아저씨가 완전히 반겨줘요. 된장을 서비스로 줄테니 제발 우리
가게에 왕림해 달라고 굽신거려요. 훗...이맛에 장소를 섭외하는구나 해요.
그런데 뭔가 자리가 이상해요. 방은 없고 테이블만 있는데 테이블이 많이 앉아봤자 8명이예요.
우리는 16명인데 테이블이 이따위로 안되겠다고 하니까 아저씨가 테이블따위는 100개라도 붙여주
면 될거아니냐고 항변을 해요.음..........그건 그래요. 그래서 기분좋게 예약을 하고 과장님에게 어
루만짐도 당했어요. 처음엔 무슨 내가 애완견인가 하는 불쾌감이 들었지만 이제 나름 기분이 좋아
지기도해요. 저도 슬슬 길들여 지나봐요.
회식시간이 다가오고 장소점검을 갔는데 아뿔사................이놈의 아저씨가 오늘따라 장사가
좀 되는 모양인지 테이블을 못붙이겠다는 배짱을 부려요. 시뱅.......역시 믿는게 아니었다는 생각
을 하지만 잽싸게 계약을 취소하고 나와요. 나오는길에 슬쩍 박하사탕통을 엎어주는 소심한 복수를
했어요.
아까 업무시간에 예쁘게 PPT로 약도까지 만들어서 팀원들에게 뿌렸는데 다 빌어먹게 되었어요.
과장님에게 아까 그고기집에 좋은세상만들기방송에서 위생검열이 떠서 난리라는 구라를 치고 급히
다른집을 수배해요.
다행이예요. 겨우 수배했어요. 이사님까지 참석하는 회식자리라 힘들었어요.
이사님이 오기전에 팀원들이 사다리 타기를 해요. 누가 이사님과 앉을까 하는거예요.
저도 사다리 하나를 선택했지만 넌 장소섭외에 실패했으니 무조건 이사님의 좌장이 되는거라는 차
가운 한마디에 절망을 맛봐요.
이사님이 들어오시고 술자리가 시작되요.
이사님이 오늘 오는 길에 샀다면서 악어이빨을 꺼내놓아요. 악어장난감인데 이빨을 하나하나 누르
다가 특정이빨을 누르면 아가리가 닫히는거예요. 이걸로 복불복 술먹기를 하자고해요.
제길....니놈한테는 재미있겠지만 니놈은 걸려도 술안먹을거면서 왜하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적당
히 요란한 박수질과 고함으로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재미있겠다고 이사님은 어떻게 그렇게 최
시트렌드에 능하시냐는 아부를 해줘요. 빌어먹을 내자신이 너무 불쌍해요.
아니나 다를까 이사가 연거푸 세번이 걸려요. 첫잔은 잘먹더니 두번째 잔부터는 자꾸 잔을 들기만
해요. 빌어먹을......내가 나서서 잔을 처리하기로 해요.
내가 마신다니까 이사가 이건 게임이니 공평해야한다고 그럴수 없다면서 술잔을 나에게 밀어요.
망할놈 내가 오늘 취해 죽으면 100년간 원혼이 되어 니 자손대대로 술독에 빠뜨리겠다는 다짐을 하
면서 마셔요. 이렇게 마신잔이 7잔이었어요.
복수의 칼날을 갈으면서 나만 마실수 없다고 하고 있는데 아뿔싸......옆에 있던 여사원이 잘못해
서 아가 턱을 빼버렸어요................이제 더이상 게임은 없어요.
뭔가 손해본듯한 느낌이 강하게 들지만 참기로 해요. 상대는 여자이니까요.
노래방을 가니 모든 술이 세팅이 되어있어요. 도대체 이놈들은 얼마나 쳐먹을라고 이러는지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해요.
노래방에서 노래가 시작되었어요. 당연히 신입사원부터 시작인데 눈치없는 내동기는 조성모의 슬
픈영혼식을 불러요. 오늘밤 니놈의 영혼식을 하고싶나?? 하고 주위를 쳐다보니 이과장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아요. 저에게 이분위기를 이어가면 이 마이크를 이 주둥이에 쑤셔주겠다는 압박을 가해요.
전 맡겨만 달라는 결의에 찬 눈빛을 보냈어요.
첫번째 곡은 조용필에 여행을 떠나요예요. 이사 부장세대가 좋아하는 노래로 특별히 선곡했어요.
아니나 다를까 김부장이 튀어나와서 광란의 춤사위를 보여줘요. 역시 이런곡이 먹히는 거였어요.
이놈들 죄다 여행을 보내버리고 집에가고싶지만 열과 성을 다해 노래를 불러요.
이로써 전 점수를 딴거같아요.
그이후로 LA BAMBA 빅뱅의 유수한 히트곡들을 부르면서 노래방을 폭발시켰어요.
이제 여사원들 차례예요. 이것들이 회사에서는 온갖 청승을 다떨더니 노래방에 오니까 나이트 죽순
이들이 따로없어요. 봉도 없는데 봉춤을 추질않나 음식을 올리라고 놔둔 테이블에 지들이 올라가요
이사는 침을 흘리면서 좋아해요. 왜저라나 난 이해가 안가요. 객관적으로 그닥 섹시하지도 이쁘지
도 않은 그냥 난잡한 춤사위예요. 여하튼 뭐 그런식으로 계속 놀아요.
놀고놀고 또놀아요.
드디어 회식이 끝났어요. 이제 집에가서 난 놀수있다는 기쁨에 차있는데 역시나 조과장이 한잔더
하자고 해요. 도대체 니놈의 가족은 언제 한국에 오는거냐고 물어보고싶어요. 아니 걔들한테 전화
해서 외화낭비하지말고 아빠랑 놀아드리고 나를 좀 내버려두라고 하고싶어요.
오늘도메뉴는 역시나 빼갈에 문어짬뽕이예요. 이인간은 전생에 짬뽕을 구걸하다 중국집 왕서방한
테 맞아 죽었나 항상 메뉴가 똑같아요. 역시나 빼갈이 절반정도 비워지자 신세한탄을 해요.
조과장을 보면서 결혼이 역시 좋은것만은 아니구다를 뼈져리게 느껴요.
조과장은 아이들이 보고싶어 캐나다로 날아가겠다고 말해요. 가능하다면 지금 바로 영원히 보내주
고 싶지만 과장님이 캐나다로 가면 난 누굴보고 회사를 다니냐고 말해줘요.
이로써 오늘도 술값은 조과장의 몫이예요.
드디어 조과장까지 가고 회식이 모두 끝났어요.
시계를 보니 젠장 새벽 2시가 다되어가요. 오늘도 회사앞 모텔에서 하루밤을 청해야 해요.
역시 애완신입이 되는길은 너무나 힘들어요.
PS.동기놈은 10시에 헬스장가서 운동해야 한다고 갔어요. 망할놈 덕분에 나만 2배로 뛰어다녔어요
코에 있는 콧털을 모두뽑아 주고 싶은 동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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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직원은 위 얘기에 한두개 정도 낯부끄러운 사례를 추가하면 딱 맞음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