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새삼스레
내가 나이를 먹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
다소 진한 색의 립스틱이 어색해서 화장대 한 구석에 박아뒀는데
어느샌가 그걸 파우치에 넣고 다니면서 바르고 있을 때
너무 독하다 싶어 엄마에게 줬던 샤넬 향수를 다시 꺼내
그 전에 잘 쓰던 희미한 비누향의 코롱보다도 많이 쓰고 있을 때
커피를 처음 먹었던 날과 같이
화장을 처음 하던 날과 같이
하이힐이 더 이상 아프지 않게 됐던 때와 같이
지나고 나면
아 그 쯤 해서 내가 또 나이를 먹었구나, 하고 느끼게 되는 것이
한 편으론 다소 씁쓸하기도 하고
한 편으론 되려 이 모습이 익숙해진 나를 보며
지나온 내가 좀 어색하기도 하고
어린 날이 때론 아주 그립거나, 혹은 부럽기도 하지만
지금의 내가 더 성숙하고 안정적이라는 생각도 드는
그런 묘한 기분
나이가 들고 있다고, 내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고 느끼는 계기가 정말 사소하구나, 하는 것
말투
행동
걸음걸이
뭐 깊어진 식견이나 넓어진 시야(더 좁아진 듯 할 때도 있지만) 보다도
아주 작고, 그냥 무심결에 지나칠 수 있는 일에서 문득 문득 다가오는것이
난 이제 더 이상 어리지만은 않은 나이가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젠 정말 무언가 쉽게 말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이
점점 더 겹겹이 추억으로, 나이로, 지나온 시간으로 쌓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