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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밤

혹시라도 넘어질까 싶어

어차피 봐도 넘어질 바닥, 뚫어져라 쳐다보며 종종걸음을 걷는다

목적지를 거의 다 왔을 때

순간 긴장이 풀어지면서

꽈당, 하고.

옆구리에 끼고 가던 물건을 급하게 수습하고

누가 보는 사람 없는지 앞,뒤를 본 후 일어서는데

그래, 이거야

넘어지면 이렇게 아픈거야

이렇게 차갑고

누가 혹시나 볼세라 창피하고 부끄럽고

옷에 더러운 뭐라도 묻지 않았는지 걱정스럽고

그래

고작 이게 무서워서

난 주제에 그렇게 개미새끼마냥 발발대며 걸었어

그렇게, 느낄까봐 무서워서

간절하게 언제나 그랬듯 발발대며 걸었어

이렇게 넘어지면 아무것도 아닌데

그냥 털고 일어나면 되는데

생각만큼 아프지도 않은데

아플거라며 또 아플거라며

툭툭 털어내고 오는 내내

힘차게 걷는다

그까짓게 뭐라고, 또 넘어지면 되지

딱 이정도만 아플텐데

또 일어나서 털고 걷지 뭐, 하는 생각에

고작 그것 때문에 잔뜩 웅크리고 걸은 내가

너무 꼴사납고 우스워서

집에 돌아오는 내내 아하하 하고 웃었다, 미친여자처럼

대체 그게 뭐라고

고작 이건데

넘어지면 되는데

넘어질까봐, 하면

그냥 넘어져버리면 되는데 하며

그렇게 아하하

오는 내내

아하하 바보같이

아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