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803
1.
사는 것, 삶이라는 것.
아무리 멋지게 말해 봐야, 하루를 그저 각자가 다짐한 방식으로 무던하게 버텨 내는 것.
너나, 나나 버둥거려 봤자 별 것 없다- 하며
삶이 주는 무게감을 필요 이상, 과하게 무겁다 느끼지 않으려고 노력하다 보니
한없이 가벼워 졌다.
그러면, 이 정도는 좀 제대로 살아볼까- 하고 보니
다시 한없이 무거워 졌다.
그 괴리감을 적당히 무시하고, 또 얼만큼은 뭉개며 사는 요즘.
나는, 서른 몇 해를 사는 동안 지금이 가장 행복하고
또, 가장 현실에서 부유浮遊하다.
어떤 주절거림도 사치 같다는 생각과 동시에, 지금이라면 어떤 푸념도 다 용서될 것 같다.
행복하지만, 삶에 있어서 태만하다.
소속과 상관 없이 그저 나 만을 위해 열심히, 소득과 직업을 갖기 위해 최선을 다 한다는 자신감과 함께
결국, 생존에 걸리는 걱정 따위 하지 않으니까 이런 고찰과 푸념을 주절거릴 수 있다는 자괴감이 공존하는
뒤틀린 서른 셋, 8월 시작.
2.
요즘 난, 말하는 것 보다 듣는 걸 버릇하다 보니 유려하게 말하는 법을 약간 잊었다.
에베베, 어버버 하며 대화를 뭉개는 것이 반복되는, 바보.
그래도, 나는 좋다.
주위 사람들에게 좋은 내가 좋고, 자신에게 좋은 내가 좋고.
말미에 따라 오는 지루한 느낌은, 부유한 재벌이 갖는 얼친 일탈욕구라고 치부해버린다.
이러다 보면, 잊지 말아야 한다고 굳이 붙잡고 있던 많은 것들을 아무렇지 않게 잊어 가겠지
잊고 어느 정도는 바보로 살다 보면, 언젠가는 세상이 하염 없이 아름답게도 보이겠지
그런식으로 자기 기만도 한다.
올해는 그렇게, 꼭 약이라도 한 대 맞은 것 같이 몽롱하게 지나간다.
안정에, 자만에, 도도도도도-하는- 꿈에 그리던- 지루한 반복에 취해.
내년에도 제발 올해 같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