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_일기

세월호

2gyoung_ 2014. 5. 1. 17:18


이 단어를 내 입에서 꺼내기까지 약 2주 이상이 소요되었다

그만큼 난 사건 발생 후 오늘이 되기까지 소위 '볼드모트'처럼 배 이름을 입에 올리지 못했다

'단원고'라는 이름도 함께

단어가 주는 심적, 사회적 무게가 너무 무겁고 

그들의 비극을 보며 함께 받았던 상처와 아픔이 아주 깊어

그 상황을 그저 지켜볼 수 밖에 없는 나날이 괴로웠다

그래서 최대한 언급도, 공유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저 시간이 지나고 있을 뿐인' 지금 

이제 겨우 단어를 입에 올릴 수 있게 될 만큼 감정이 잦아들었고

그러면서 많은 생각이 머릿속에 함께 섞여가기 시작했다 

아픈자에 대한 위로와 공감 

그들을 무시하거나 사실을 은폐하려는 자들에 대한 공분 

어떻게든 한 '구'라도 끌어내려고 노력하거나 

혹은 그저 기다리며 살아낼 수 밖에 없는 유족과 함께하는 봉사자들에 대한 감사와 측은함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자신이 비겁하다 느끼는 자책감까지 


그 감정들을 추스려 결론을 내려고 하다 보니 

나와 비슷한 감정을 견뎌내고 있는 더 많은 사람들을 보게 되었다


그들 중 많은 이들은 내가 평소에도 제일 경계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주변인이 취할 수 있는 제일 잔인한 태도

집단적 감정의 표백을 모두가 묵인하는 태도


사실 불행이 발생하고, 아픔이 터졌을 때  

자신의 생활을 잃을 정도로 필요 이상 공감하는 것 보다 
꾸준히 고통을 앓으며 함께 뒤엉켜 변해가는 슬픔과 분노를
조용히, 그리고 꾸준히 견뎌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시간이 지나면 모두가 그 아픔을 지겨워하지 
결국 그저 아프고 슬픈 영화나 드라마를 보며 잠시 빠져있다 나온 것 처럼
언제까지냐, 결국 남 일이 아니냐
강요하면 안 되는 것 아니냐, 살 사람은 다 산다, 적당히 좀 해라


마치 자신은 그들처럼 오래 아프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과
그저 감정에 취해있었다는 결론을 부정하려는 듯 
아픈 사람들, 그리고 공분과 공애를 함께하는 사람들 모두를 
꼭 지나간 유행을 바라보는 듯 손가락질 하거나 프레임을 씌워 
소위 '이제 내 생활에서 벗어나' 라며 치워버리려고 한다


정말 잔인한 감정의 표백
망각이라는 이름의 정신적 살인과 다를 바 없는 행위 
우리라는 관망자들은 모두가 마치 그 행위를 준비하고 있는 것 처럼 보여서
비극이 일어난 당시보다 시간이 지나고 있는 오늘이 훨씬 슬프고 아프다


지금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것을 정확하게 알고 경계하며 
정말 올바른 것을 찾아 행동하고자 하는 노력이 아닐까


아직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았다 
모든 일은 현재 진행형이다


제발 아무것도 하지 못할거라면
지겨워하지는 말자 
슬픔을 강요하지 않을테니 
역으로 잊으라 치워내라 강요하지 말자


그것이 횃불이나 촛불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나갈 용기나 의욕은 없고 
혹은 온라인 서명 하나 하는 것도 나와 주위에게 피해가 갈까 걱정하거나
남들은 어떻게 살던지 난 이 구역한 세상에서 피해 안 보고 
요리조리 잘 빠져나가며 행복했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하는 
소위 '비겁하지만 비겁을 인정하지 않는 위선정의'를 가진 

당신과 내가 유일하게 차릴 수 있는 그들에 대한 예의이자
그런 지저분하고 구역스러운 스스로를 향한 반성일 것이다


미래의 내, 우리 모습일 수 있는 그 비극에 대한 예의
적어도 감정이 마른 괴물로 변해가지 않으려는 노력과 반성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