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gyoung_ 2014. 2. 28. 15:59

 

 

 

 내 영정사진은

주름 없이 팽팽한 목과 여유 있는 눈빛이 가득한 나이

무궁히 살아갈 삶에 대한 기대에 따라 예정된 실망에 단단히 준비를 마친 얼굴이라 느껴질 때

정말 예쁘게 꾸미고 자신만만한 얼굴을 찍은 것으로 하겠다

 

내가 믿는 종교에 의하면

천국에 가면 가장 아름다웠을 때 모습으로 돌아간다고 했던가

그렇다면 영정사진이란 것은

이미 얼굴을 마주치며 지나간 그들을 위함이 아니라

곧 마주치게 될 그들에게 인사하는, 새 신분증에 박힌 얼굴이란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사람은 누구나 시시때때로 죽음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을 마주하게 되면

남은 가족이 겪을 심리적, 경제적 고통을 덜어주고자 온갖 보험과 유산 등

보고 쥐는 것들로 살아온 적을 인정받고자 이미 밟지도 않은 삶을 괴롭히곤 하는데

굳이 그럴 필요 있을까, 살아오거나 곧 죽을 나 또한 모두 그냥 내 삶이다

한 걸음마다 알차게 살아 간다면 남겨진 그들 또한 혹 내가 괴로움을 준다 하더라도 자신 몫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비단 나에게 원망을 돌린다고 하더라도 그건 이미 앞서간 내가 신경쓸 부분은 아니다

 

그러니, 마지막 걸음을 뗀 내 모습이 힘겹게 보여지고 싶지 않다

나는 이만큼 스스로 자신과 너희를 사랑하고자 최선을 다해서 살았다는 뜻으로

또한 새로 시작될 삶에 대한 충만한 기대감으로

내 생 가장 아름다운 얼굴을 보란듯이 걸어두겠다

 

오는 사람 마다 보고 실컷 웃기를

기쁘게 가겠으니 기쁘게 보내주기를

 

날 보면 웃어야지, 울면 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