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_일기

친구, 의 변

2gyoung_ 2013. 7. 2. 10:13

 

 

사람은 살면서 여러가지 종류의 자랑을 한다.

 

자랑이라는 비난을 감수하면서라도 그 방식밖에 없기에 자신이 가진 좋은 것을 남들과 공유하고 싶을 때의 마음과

역으로, 자랑이라는 비난을 감수하면서라도

정말로 남들에게 자신의 잘난점을 뽐내어 비교우위를 점하는 쾌락을 맛보고 싶은 마음

두 방향에서 시작하는 자랑은, 겉으로 보기에는 별 차이가 없도록 스스로 언변과 겸손한 행동으로 포장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그것을 느끼는 상대의 감정에 따라 결과는 천지차이로 달라지기 마련이다.

 

최근에 내가 구역함을 제일 많이 느끼는 것이 바로 후자로 인한 소위 '포스트, 멘션 폭력'인데

보는 이를 전혀 배려하지 않는 포스팅, 혹은 멘션으로 상대의 눈과 멘탈에 폭력을 행사하는 행동이 바로 그것이다.

 

예를 들자면

나는 모든 선택을 너무 잘했어! 내가 선택한 내 주위 사람들이 너무 좋아! 난 너무 행복해! 라는 말 뒤에 숨겨져 있는

'그래서 난 너무 잘났어! 봐줘! 칭찬해줘! 좋아해줘! 떠 받들어줘!' 라는 뜻이 너무 뻔히 보이는

자신의 행복과 스스로 느끼는 상대적인 부유함 또는 타인이 그런 자신에게 반대의견을 제시했을 때

'그래 뭐 너는 그러니까' 라며 존중을 빙자한 무시와 가벼운 경멸을 표현하며 결국 자신의 자랑으로 끝을 맺을 때

남에게 조언한다는 핑계를 대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만 움직여야 하거나,

혹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사람만 곁에 두거나 하는 일련의 행동이,

나에게 소위 정신적인 폭행을 가하는 듯 거북함 및 거부감을 가져다 준다.

 

자신감과 자존감은 다르다고 했다.

자신감은 남이 나를 세워주는 행동에서 느끼는 자신에 대한 만족감이고

자존감은 남과 상관 없이 자기 자신에 대해 스스로 느끼는 만족감이다.

위에 보여진 경우는, 자존감이 너무 낮기에 주위 사람을 이용해 자신감을 높여

결국 자신의 자존감을 증명 받으려는 발버둥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것을 나는, 요즘 자주 '작위적인 것이 싫다' 라는 말로 대체하여 구역한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작위적이다, 다분히 작위적이다.

누군가에게 보여지기 위해, 칭찬해줬으면 해서 자신의 글과 말과 행동에 비교우위를 점하기 위한 장치를 걸어놓고

그런 자신을 구역하게 느끼는 사람들은 모두가 잘못됐다고 자위하며

스스로 쌓은 뒤틀린 나르시즘의 벽 속에 들어가 앉아 있는 것이 과연 그 사람의 자존감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오히려 그런 행동이 반복되는 동안 주위사람들이 아무 말 없이 떠나가고, 피상적인 인간관계밖에 남지 않는 것을

자신이 부족하거나 낮은 모습을 보였을 때 진심으로 위로하거나, 그런 부족한 자신을 받아들여 줄 사람이

-가족을 제외한-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어 그 생각으로부터 오는 공포감을 애써 무시하며 살아간다면

결국 계속 그렇게 행동할 수록 자존감은 더욱 낮아질거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또한 나만의 오판일까?

 

물론 남에게 굳이 자신의 단점만을 말하고, 남을 높이기 위해 자신을 깎아내릴 필요는 없다.

그렇게 해서 상대가 역으로 위에 말한 비교우위를 점하는 것으로 나에게 호의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해도

결국 부정적이고 자신감이 낮은 행동을 하는 사람의 옆에 오래 있을 사람은 없다.

그런 이들은 자신이 좀 더 나은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스스로 잘났으면서도 자신보다 조금은 낮은 사람들로 무리를 갈아치우니까.

 

그렇지만 사람은, 어느정도는 담백해져야 할 의무가 있다.

담백해져야 할 의무, 진정 가벼워져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건 몰라도, 사람이 살아가면서

내가 스스로 높아져 있을 때 자신을 낮출 줄 아는 것

내가 스스로 낮아져 있을 때 자신을 높일 줄 아는 것

그 둘 사이의 줄타기 하나는 반드시 잘 해야 하는 생의 책무가 있다고 믿는다.

 

흔들리지 않는 자존감을 갖는 것

다른 이를 존경하고, 진심으로 존중할 줄 아는 것

그렇기에 내가 가진 것들이 너무 자랑스럽고 좋아도 그건 나 자신이 아니기에

누군가 나 자신을 깎아내릴 수도 있음을 무시하고 굳이 가진 것을 함부로 내세우지 않는 것

다른 이의 낮은 점을 가볍게 비난하지도, 자신을 향한 비난을 필요 이상 무거워하지도 않는 것

 

비록 내 공간일지라도, 주위 이들 모두에게 보여지고 들릴 수 있는 공간에서는

고작 잠시의 희열을 위하여 자신의 자존감을 깎지 않는, 그런 성숙함의 의무가 있다고 나는 믿는다.

 

이야, 조금은 더 담백해져야 한다.

자신감과 자존감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누구에게도 흔들리지 않는 자존감으로, 잠시잠깐의 자랑에 따른 희열로 자신을 위로하지 말아야 한다.

굳이 모두에게 자신이 가진 것을 내보이며 탐욕스러운 이를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

 

내가 외롭지 않기 위해서는, 그래야 한다.

내 옆에서 항상 웃고만 있고, 자신에게 있어 얼만큼의 고민을 진지한 것 처럼 내보이며

너와 나는 친해졌다고 말하고  뒤에 가서 그와의 인간관계에 피로함을 느낄 상대에

자신의 인간관계 전체를 걸어서는 안 된다.

 

사람은 나이에 맞게 변하지만, 또 한 편으로는 절대로 변하지 말아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그의 가족과, 변한 환경 안에서의 무리와, 훗날 나와 닮은 아이 까지도

 

내가 쌓은 지금까지의 자신을 흔들고, 그들의 취향에 맞게 끌려가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내가 가진 자존감이다.

담백한 인간이 되기 위해 내가 옳다 생각하는, 나의 자존감이다.

 

난 당신에게 그런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당신이 나에게 그런 사람이 아니라 할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