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gyoung_ 2013. 7. 1. 19:58

 

 

자성自省이 필요한 시간이다.

 

 

1.

종강한지 약 13일이 지나가고 있다.

정말 다시 대학생이 된 것 처럼 늘어지게 자고, 먹고, 놀았다.

중간중간 책도 읽는다고 상대가 없는 항변도 해보지만, 그 또한 핑계였을 뿐이다.

지난 13일에 뭘 했냐...고 생각해보면 정말 한게 아무것도 없다.

 

성적은 내가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았고

오늘 기준으로 제일 상향시키고 싶었던, 이의신청을 했던 두 과목 중 한 과목은 수정 불가 처리를 받았다.

일단 장학 커트라인에는 충분히 들어갔으니 되던 안되던 장학신청은 해볼 생각인데

과연, 될지.. 된다고 해도 얼마나 나올지 잘 모르겠다.

다음 학기엔 도움받지 않고 내 실력으로 돈 받아 공부하겠다! 라는 말이 모두 뻥이 되었다.

창피하고 민망스럽다, 섣부른 말은 항상 거짓말로 이어진다는걸 몰랐던 것도 아닌데, 또 반복하다니..

당장 수강신청하고 등록금 내야 하는 8월이 다소 암담해진다.

내가 내고 싶은데, 그러려면 일을 해야하고 당췌 이 동네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몸 쓰는 일 뿐이니

정말 그거라도 해야 하나- 라는 은둔형 외톨이 청년백수같은 생각만 반복하고 있다.

 

아, 이런 우울한 글을 쓰고 싶었던 건 아닌데, 다시...

 

아무튼, 지난 13일은 그렇게 살았다.

실컷 놀아보니 어떠냐- 하면, 놀다 보면 여유있는 생각 안에서 또 무언가 계속 쓰게 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아무것도 안 떠오르더라.

어느때는 써 보려고 컴퓨터를 켜서 흰 화면만 한참 들여다보다가 0만 화면 한-가득 쓰고 그냥 창을 꺼버린 적이 있다.

써야하는 것이 아니라, 요즈음의 내가 쓰고 싶은건 과연 뭘까..

30대 초반의 여자? 1년 하고 한 분기가 지나가는 신혼? 그냥 딸? 백수? 암울한 사회에 대한 참여의식?

예전 광고쟁이 시절부터 주특기였던 이미지를 하나 띄워놓고, 그 이미지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하던 방식대로 글도 쓰고 있는데

이번에도 그러려면 소재에 따른 이미지가 '탁' 하고 떠올라야 뭐든 나올 것 같은데, 그게 안 나와, 그게..

방학기간동안 공모전 두엇엔 더 출전하고 싶은데 아무래도 마음대로 될 것 같지 않아서 좀 시무룩하다.

떠올라라, 소재야! 돈이 되던 안 되던 우선 등단부터 하자!

 

2.

7월이 되었다.

오늘 행복하면 그걸로 됐다, 라는 생각으로 7월을 시작하고 있다.

어차피 최소 5할, 권장 7할, 최대 9할 이상 내 마음과는 상관없이 제 멋대로 살아질 삶이니

어느쪽으로 흐르던지 그냥 그대로 좋다- 라는 반 낙천, 반 포기라는 삶의 태도를 유지해본다.

지금까지 한 번도 그랬던 적 없는데, 이번의 이 태도는 글쎄.. 뭔가 삶을 다른 방향의 시선으로 볼 수 있게 해주려나?

뭐, 이런 삶의 방식도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쌓인 경험에 따라 내가 선택한 길일테니

지나온 예전의 나보다는 조금은 더 성숙한 생각으로 결정한거겠지, 라는 생각에 아직까지는 나쁘지 않지 싶다.

 

오늘 행복하면, 그걸로 됐다.

그렇게 어제, 그제, 엊그제 계속 행복했다.

 

행복한 삶의 데이터베이스가 가득 쌓이면, 그에 따른 미래의 삶 또한 행복할거란 가정을 일단 먼저 세워놓았다.

일단 지금까지의 결과는 성공, 오류는 거의 없었다.

문제는 무언가를 바꿔보려는 시도 또한 없기 때문에 인생의 반경이 다소 좁아진다는 것인데

이것 또한 계속 어떤 방식으로든지의 행복을 쌓아가다 보면 절충안이 생길 것이라 믿는다.

 

아... 이런 찌꺼기라도 다시 쓸 수 있게 되서 다행이다.

중2병이든, 허세 왕이든 뭐든 좋으니 어쨌든 다시 쓰자. 쓰기 시작하자.

 

2013년의 딱 반이, 어제 지나갔다.

잘 살았는지, 조용조용, 꾸물꾸물 반성하고 있다.

 

또 새롭게 반성해야 할 삶을 쌓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