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펜을 잡은 손은 오른손잡이인가, 왼손잡이인가
군중은 무언가의 의도에 의해 너무 쉽게 흔들린다.
견고할 것이라 생각했던 '정도' 라는 벽은, 단단히 뭉친 의도의 펜이 조금씩 갉으면
언젠가는 결국 무너지기 마련이다.
의도와 펜은 결국 그걸 알고 있다. 세상은 벽을 무너뜨리는 의도에 의해 돌아간다.
군중은 기득권보다 절대적인 수는 많으나, 자본이 곧 힘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수는 아이러니하게 자본에 비례하지 못한다.
자본을 움직이는 소수의 기득권은 위치의 유지를 의도로 힘을 수량화하여 새로운 군중을 만들어낸다.
그렇기에 기존 군중의 의견은 '세상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음모론', '시대착오', '이상론' 이라는 이름으로 아주 쉽게 묵살당한다.
의도는 자본의 축적을 제외한 타 이념을 무시해야만 성립되는 이론을 갖고 있다.
그들은 기득권과 피 기득권의 위치가 이동되지 않도록 벽을 견고히 다지며, 피 기득권이 기득권에 도전하는 것은
절대위치에 침범하는 것으로 여겨 도전 자체를 불가능하게 하기 위해 다양한 의도를 위한 새로운 벽을 쌓는다.
결과적으로 기득권은 새로운 계급사회 생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기득권이 '좌' 보다는 '우'에 편중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와 반대로, 피 기득권인 군중은 '우'와 '좌'가 함께 섞여 의도에 따라 성향이 바뀐다.
여기에서 여러가지의 의도가 생성 및 침범된다.)
우와 좌, 좌와 우는 양 극에 서서 대치되는 의견을 제시하기 때문에 합의점을 찾기 어렵다.
일단 그들의 방향이 각각 기득권과 피 기득권을 향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양측의 의견은 모두 존중되어야 한다.
시끄럽고 지리한 싸움이 계속 되더라도, 양측의 목소리가 모두 커야만 비교적 답을 찾기가 쉬워진다.
어느 한쪽이 확성기와 단상을 갖게되면 다른 한쪽의 목소리를 내기가 어려워진다.
들리지 않는 의견은 존중되지 못하고, 묵살하기 위한 확성기는 존중을 배제한 한 가지의 의도를 강요한다.
결국 모든 현상을 대변하지 못하는 한 방향만의 결론은 다른 문제를 야기시키고
다양한 문제에 대비하지 못하는 결론은 아주 빠르게 세상의 혼란을 가져온다.
세상의 혼란을 막기 위한 의견은 양 방향이 모두 균형잡힌 소리로 교류해야 한다.
의견이 다양한 만큼 결론 또한 다양해야 하고
많은 결론이 차례대로, 혹은 동시다발적으로 시도되어야 한다.
세상의 많은 이론은 다양한 결론을 가정하여 주장되고 있고, 그 결론이 맞은지에 대한 검증은 끊임없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세상이 방향을 잡지 못하는 시대에서 펜의 역할은 아주 중요하다.
펜은 모든 현상을 '쓰기' 의 이론에 충실해야 하며, 의도와 결합한 순간 펜촉은 구부러지고 잉크는 번지게 되어있다.
의도와 펜에 의해 한쪽 방향으로 휩쓸린 군중은 '올바른 생각'을 위한 방법과 그에 따른 의견을 잃어버리고
균형을 찾지 못한 세상은 결국 문제가 발생했을 때, 걷잡을 수 없는 패망을 향해 미끄러지게 된다.
지금 펜은, 일단 군중의 시선으로는 군중과는 반대의 방향으로 구부러진 듯 하다.
잉크는 계속 의도와 섞여 번지고 있다.
제대로 펜을 잡던 사람들은 펜을 놓았다.
군중은 올바른 방향을 찾다 지쳐 눈을 감았다.
의도가 원하는 대로 되고 있으나, 그 의도는 군중의 방향과 반대로 가고 있다.
기득권과 의도가 다양한 방법, 의견, 결론을 원하지 않은 탓이다.
어차피 군중은 기득권이 될 수 없다.
그 군중에게 득을 주는 계층 또한 새로운 기득권이 될 것이다.
군중은 피 기득권이나, 기득권을 움직이며 또는 어긋난 방향의 기득권을 조정할 수 있는 별도의 힘을 가져야 한다.
그것은 아주 작은 펜부터 시작된다.
또한 기존에 펜을 잡은 한측의 군중이 방향키를 다시 올바로 잡는 것부터 시작된다.
조금 더 발전된다면 모든 군중은 펜을 잡아야 하며,
의도가 섞이지 않은 잉크로 기득권과 다양한 방법으로 대화 또는 논쟁을 거치고
결과적으로는 절대다수의 행복이라는, 결론은 하나이지만 그 결론을 위한 세부적인 결론을 내기 위해
아주 다양하고 끊임없는 시도를 반복해야만 한다.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고 했다.
뜨는 해가 어느 방향이던 간에 닭은 울어야 한다.
우는 닭의 주둥이를 막는 자는 누구인가.
그는 해를 바라고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