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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경험에 의지해서 습작을 쓰면 소재가 다 거기서 거기길래
영화를 보고, 책을 읽고, 순간적으로 떠오른 오브제나 단어에 의지해서 소설 쓰듯 시를 써 보고 있다.
이전엔 해보지 않았던 방법인데 확실히 아직은 어색해서 써놓는 습작마다 부끄럽다, 닭살도 돋고..
최근 포스팅한 몇 개는 모두 그런건데, 확실히 전 것에 비해서 조회수도 적다.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걸까.. 추천수는 고사하고 댓글도 없으니 어디가 부족하고 모자란지 알 수가 없다. 답답하네..
그렇다고 주위 이 사람, 저 사람 보여주고 싶지는 않다.
왠지 발가벗겨진 기분이기도 하고, 그들의 감상이 아무리 솔직하다고 해도 100% 믿을 자신도 없고..
앞으로 혹시라도 등단이란 걸 할 때까지 계속 이럴 것 같은데, 필명이라도 만들어서 사람들 많은 곳에 올려볼까 하는 생각까지 해봤다.
그랬다가 쓰레기라며 잔뜩 돌 맞는 내 모습을 상상해보면 생각이 다시 쏙 들어간다..
나름 거의 하루종일 단어 연상도 하고, 문단으로 잇는 연습도 해보고, 연습의 연습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헛짓을 하는 것은 아닐까.. 더 파묻혀 지내야 하는건 아닐까 하는 강박이 스물스물 올라온다.
적당한 강박은 삶의 촉매제는 되지만 윤활제가 되진 않는다.
반짝 동기부여를 하고 또 그 동기를 갉아먹는 양 날의 검 같은 감정..
빨리 개강해서 바짝 이론 배우면서, 배운것을 토대로 쓰고 싶다.
분명히 늘긴 늘겠지.. 설마..
2.
물론, 옆에 있는 이가 같은 방향을 보고 그 곳을 향해서 함께 걸어가면 참 좋지.
하지만 그렇게 살지 못한다고 해서 다른 방향을 보는 이가, 그리고 그에게 내가 나쁘거나 잘못된 건 또 아니지.
뻔히 알면서도 그렇게 살지 못한다.. 바보같은 인사구나. 덜 큰거지.
내가 함께 할 수 없는 분야에 대해서 존중한다거나, 하다 못해 부정하지 않고 기다리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
(물론 나에게 실망을 안겨준 그 상대가, 훗날 자신이 원하는 것-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을 하면서 나에게 공감을 바랬다가 실망 하더라도, 후에는 나처럼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그래, 결국 인생 혼자 사는거다.
좀 오래 쉬다 보니까 강단있게 혼자 서는걸 그새 잊었나 보네, 나는.
생각도 결론도 고민도 뱉을 순 있지만, 일단 나에 대한 납득부터 끝낸 후에야 나머지를 뱉었을 때 후회가 없고
그에 따른 행동 또한 바르게 할 수 있는것 아니었나..
내가 바라는 사람은 어디든지 있을 것 같지만, 또 어디에도 없다.
캐스트어웨이의 윌슨과 같은 존재..
곰인형이라도 하나 사놓고 걔한테 보여주고 읽어주고 해야겠네.
3.
벌써 겨울이 보름도 채 남지 않았다. 한 해의 분기가 이렇게 지나가는구나..
새로운 시작을 앞둔 지금, 나는 아주 초조하고 또 작아져 있다.
이 일을 처음 선택한 작년 가을만큼은 아니지만
사소한 반응에 필요 이상으로 의지하는 것이.. 잘 선택했다는 확신이 들지 않나보다.
최근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는, 이것이 '힐링' 혹은 '멘토'가 필요하다는 대목인가..
어차피 말 들어도 믿지도 못할 거면서 정서불안처럼 동동거리기는.
어쨌든 겨울 마무리 하자.
어떻게?